시인들의 시모음 _ 시시 

오규원  -  밤과 별

밤이 세계를 지우고 있다
지워진 세계에서 길도 나무도 새도
밤의 몸보다 더 어두워야 자신을
드러낼 수 있다
더 어두워진 나무는 가지와 잎을 지워진
세계 위에 놓고
산은 하늘을 더 위로 민다
우듬지* 하나는 하늘까지 가서
찌그러지고 있는 달을 꿰고 올라가
몸을 버티고 있다 그래도 달은
어둠에서 산을 불러내어
산으로 둔다 그 산에서
아직 우는 새는 없다
산 위에까지 구멍을 뚫고
별들이 밤의 몸을 갉아내어
반짝반짝 이쪽으로 버리고 있다



*우듬지 : 나무의 꼭대기, 말초

(January 9th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