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의 시모음 _ 시시 

곽재구  -  눈 오는 밤

사랑을 위해 절망의 뼈를 깎는 사람들의 밤은 아름답습니다 고통을 위해 죽음 근처에서 어둠의 독배를 홀로 들이키는 사람들의 춤은 뜨겁습니다 당신에 대한 긴 기다림의 끝이 보이지 않는 동안 우리들은 세상 도처에서 버려진 자의 쓸쓸한 잔을 들었습니다 몰매 맞은 이웃을 외면하고 무릎꺾인 선구자의 수난을 매도했습니다 빈곤에 전 형제의 노동 위에 무지개 아파트를 세우고 내 아내와 내 아들의 미래를 위해서만 장미꽃 적금을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당신의 그날을 기다렸습다 중앙 집중식 난방 시스템의 행복 속에 불갈비를 뜯으며 새로 산 땅 값이 오르는 이야기로 긴 밤을 눈뜨고 새웠습니다 눈은 내리고 바람은 불고 약속의 그날은 끝끝내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January 9th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