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의 시모음 _ 시시 

김용택  -  그대, 거침없는 사랑

별빛 당신 생각으로 당신이 내 마음에 가득 차야 하늘에 별들이 저렇게 빛난다는 것을 당신이 없는 지금, 지금에야 알았습니다. 그대, 거침없는 사랑 아무도 막지 못할 새벽처럼 거침없이 달려오는 그대 앞에서 나는 꼼짝 못하는 한떨기 들꽃으로 피어납니다 몰라요 몰라 나는 몰라요 캄캄하게 꽃 핍니다. 해 지는 들길에서 사랑의 온기가 더욱 더 그리워지는 가을 해거름 들길에 섰습니다 먼 들 끝으로 해가 눈부시게 가고 산그늘도 묻히면 길가의 풀꽃처럼 떠오르는 그대 얼굴이 어둠을 하얗게 가릅니다 내 안의 그대처럼 꽃들은 쉼없이 살아나고 내 밖의 그대처럼 풀벌레들은 세상의 산을 일으키며 웁니다 한 계절의 모퉁이에 그대 다정하게 서 계시어 춥지 않아도 되니 이 가을은 얼마나 근사한지요 지금 이대로 이 길을 한없이 걷고 싶고 그리고 마침내 그대 앞에 하얀 풀꽃 한송이로 서고 싶어요. 짧은 해 당신이 이 세상 어딘가에 있기에 세상은 아름답습니다 갈대가 하얗게 피고 바람 부는 강변에 서면 해는 짧고 당신이 그립습니다. 먼 산 그대에게 나는 지금 먼 산입니다 산도 꽃 피고 잎 피는 산이 아니라 산국 피고 단풍 물든 산이 아니라 그냥 먼 산입니다 꽃 피는지 단풍 지는지 당신은 잘 모르는 그냥 나는 그대를 향한 그리운 먼 산입니다. 빈들 밥풀 같은 눈이 내립니다 빈 들판 가득 내립니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당신으로밖에는 채울 수 없는 하얀 빈 들을 거머쥐고 서서 배고파 웁니다. 나도 꽃 수천 수만 송이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납니다 생각에 생각을 보태며 나도 한송이 들국으로 그대 곁에 가만가만 핍니다.

(January 9th 2019)
34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