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의 시모음 _ 시시 

외국시  -  요시하라 사찌꼬 / 첫사랑

둘만 남은 교실에, 머언 풍각소리
흑판에 기대어 서서 창문을 보고 있었다

여자 아이와 또 하나의 여자 아이
같은 꿈을 꾸는 쓸쓸한 공범

한 사람은 지금 다른 꿈의 창문을 보고 있다
한 사람은 다른 한 사람의 뒷모습을 보고 있다

미소만은 용서할 수 없었다
어른이 되다니 시시하기 짝이 없다

한 사람이 개구쟁이에게 입술을 빼앗겼다
개구쟁이는 고갤 돌리고 웃었다

개구쟁이는 그 다음부터 심술꾸러기가 되었다
오늘은 이빨을 드러내고 "너 말라깽이네" 했다

그래서 한 사람은 흑판에 쓴다
화내지 않아요? 울기만 해요?

한 사람은 잠자코 미소지으면서
두 군데의 " ? "를 지워 보였다

아련한 대낮 풍각쟁이의 서툴기 짝이 없는 나팔소리 갑자기
높아진다

(January 9th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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