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의 시모음 _ 시시 

이성복  -  연에 대하여

처음엔 바람을 마주하고 뛰다가 연이 바람을 타면 조금씩 실을 풀어주지요 신문지 찢어 붙인 꼬리 흔들며 대나무 살을 붙인 태극무늬 방패연이 솟아오르면, 갈라터진 아이의 손에는 일렁이는 실의 느낌만 전해오지요 마침내 실감개의 실이 다 풀리고 까마득한 하늘  높이 까박까박 조는 연에서 흘러내린 실은 제 무게 이기지 못해 무너지듯 휘어지지요 그 한심하고 가슴 미어지는 線은 그러나, 참 한심하고 가슴 미어진다는 기색도 없이 아래로, 아래로만 흘러내리고, 그때부터 울렁거리는 가슴엔 지워지지 않는 기울기 하나 남게 되지요 남자든 여자든, 어른이든 아이든 누구나 가졌지만 의지가지없는 이들에겐 더욱 뚜렷한 線, 언젠가 우리 세상 떠날 때 두고 가야 할 기울기, 왜냐하면 그것은 온전히 이 세상 것이니까요

(July 3rd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