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의 시모음 _ 시시 

이은봉  -  저도 많이 외로웠으리라

하루의 노동을 마치고 14층짜리 공중무덤 납골당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길가 생맥주집 앞에 누워 있던 푸르른 평상이 벌떡 일어나 반갑다고 내 손을 마주잡고 흔들어댄다
오늘 하루 저도 많이 외로웠나 보다
엉덩이를 내밀며 좀 깔고 앉아 쉬었다 가거라 보챈다
생맥주집 안의 늙은 바람도 달려 나와 나를 끌어안고 등허리를 토닥여준다
공중무덤 텅 빈 납골당으로 돌아가 보았자 누가 날 기다리고 있겠는가
푸르른 평상이며 늙은 바람도 이를 잘 알고 있어 지금 내 손을 마주잡고 흔드는 것이리라
……푸르른 평상의 엉덩이를 깔고 앉아 늙은 바람과 주고받는 생맥주 맛이 쓰다
안주로 씹고 있는 멸치 대가리의 맛도 쓰다
더는 해찰하면 안 된다 그새 늙은 바람도 나와 놀아주지 않는다
이제는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눈 딱 감고 용기를 내야 한다
이 마음을 잘 알고 있는 길가의 황매화가 귓불 가까이까지 다가와 혀를 끌끌 차댄다
그만 돌아가야지 돌아가지 않으면 14층짜리 공중무덤 텅빈 납골당 저도 많이 외로우리라.

(July 3rd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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