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의 시모음 _ 시시 

이기철  -  아름다움 한 송이 부쳐 주세요

부탁합니다, 신혼여행같이 설레는 시 한 편 부쳐 주세요
언어로 쓴 시 아닌 정서로 쓴 시 말입니다
기운 자리 없는 무명옷쯤이면 되겠지요
내 몸은 바늘 자국 투성이라도 마음은 갓 돋은 상추 이파리입니다
가장 나직한 시를 읽고 있을 때 누군가 창문을 두드린다면
내다보지 마세요 틀림없이 창가에 놀러 온 동풍이니까요
치장 많은 무지개보단 흰옷 입은 초승달의 시를 보여 주세요
한밤 내 아팠던 말이 다 나아 아침에 꽃봉질 틔우는 말이면 좋겠습니다
푸성귀의 신발을 신고 길 끝에서 기다리는 사람 어디엔가 있다면
나는 그에게 물방울 원피스 한 벌 소포로 보내려 합니다
주소를 모르면 족두리꽃에게 묻겠습니다
겉봉에 종조리 노래 모은 리본 하나도 잊지 않겠습니다
아름다움 한 송이 받을 사람만 있다면

(July 3rd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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