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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703 _ 197 hit         
다카하시 기쿠하루 - 언제나 얼마간의 불행
외국시

출장 간 역의 마이크가 불렀다
통근 러시아워의 홈에는
오늘 아침도 여전히 무표정한 군중이
도착할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시즈오카[靜岡]의 다카하시[高橋] 씨
빨리 댁으로 전화하세요 빨리"
서둘러 건 전화 저편에서
태평스러운 아내의 목소리
"아니 웬일이아? 아녜요 별로"
다카하시가 잘못된 것은 괜찮은데
시즈오카 어딘가의 다카하시 씨 신상에
무슨 일이 생겼는가
일을 마치고 난 저녁
비지니스 호텔 침대 위에서
위스키를 들이키며
엷은 먹빛으로 물드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거무스레 떠오르는 빌딩의 윤곽
아이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든가
할머니가 위독하다든가
혹은

5수(修) 한 자식이 겨우 합격을 했다든가
그렇다면 퍽 좋은 일이지만
즐거운 연상만이 있을 리는 만무하다
늦은 여름날의 하루 열기가 남아 있는 거리의 소음도
이 방까지는 들여오지 않는다
시즈오카 어딘가의 다카하시 씨
서둘러 건 전화 저편에서
어떤 뜻밖의 연락이 있었는가
찬란하게 빛나기 시작한 네온의 하늘에는
오늘 하루 전화선 끝에서 끝으로 오간
괴로운 소식이나 걱정거리의 여운이 떠돌고 있다

언제나 얼마간 불행하고
얼마간 걱정거리가 있는 다카하시 씨가
사소한 안도(安堵)의 침대에 도사리고 앉아서
홀로 저녁 어스름을 바라보고 있으면
시즈오카 어딘가의 다카하기 씨가
전화로 이야기하고 있는
얼마간 괴로운 듯한 잔등 저편에
노오란 큰 달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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