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의 시모음 _ 시시 

장석남  -  부뚜막

부뚜막에 앉아서 감자를 먹었다
시커먼 무쇠솥이 커다란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솥 안에 금은보화와도 같이 괴로운 빛의 김치보시기와
흙이나 겨우 씻어낸 소금 술술 뿌린 보리감자들
누대 전부터 물려받은 침침함,
눈 맞추지 않으려 애쓰면서
물도 없이 목을 늘려가며 감자를 삼켰다
아무도 모를 것이다 감자를 삼킨 것인지
무쇠솥을 삼킨 것인지
이마 위에 떠도는 무수한 낮별들을 삼킨 것인지

눈물이 떨어지는 부뚜막이 있다
어머니는 부뚜막이 다 식도록, 아궁이 앞에서
자정 너머까지 앉아 있었다 식어가는 재 위의 숨결
내가 곧 부뚜막 뒤의 침침함에 맡겨진다는 것을 짐작했지만 나는 가만히
어머니의 치마 끝단을 지그시 한번 밟아보고 뒤돌아설 뿐이었다
마당 바깥으로 나서는 길에 뜬 초롱한 별들은
모든 서룬 사람의 발등을 지그시 누른다는 것이
이후의 내 상식이 되었다 그로부터

천정이 꺼멓게 그을린 부엌 찬 부뚜막에 수십년을 앉아서 나는
고구려 사람처럼 현무도 그리고 주작도 그린다
그건 문자로는 기록될 수 없는 서룬 사랑이다
그것이 나의 소박하기 그지없는 학설
아무도 모를 것이다 나는 아직도 그것을 시(詩)로 알고 그리고 있다

(July 3rd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