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라디오

한 사람의 마지막을 보고서야 알게 되는 것 DATE : 200918   //   ( my prologue story )

  새벽이었다. 전화벨이 울리고 형이 흐느껴 울었다.
  형은 나를 깨웠고 나는 전화를 받았다.
  “수진아, 형이랑 통화했어. 지금 빨리 택시 타고 병원으로 와. 새벽이라 좀 추우니까 감기 걸리지 않게 남방 입고 오고, 장롱 아래 서랍에 아빠 사진 있으니까 그거 들고 와. 되도록 빨리 와.”
무슨 소리인지 몰라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으니 형이 화를 엄청 내며 빨리 옷 입으라고 소리를 질렀다. 형이 나에게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낸 것은 어릴 때 이후로 한 번도 없던 일이었기에 멍하니 가만히 앉아 있으면 안 되는 순간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새벽공기에게서는 생전 처음 맡아 보는 낯선 냄새가 났다. 그 냄새는 비릿하기도 했고, 아직은 동이 틀 무렵이 아니었기에 먼지도 가득 머금은 오래된 장롱 뒷면의 냄새가 나기도 했다. 형은 택시를 탄 내내 울고 있었다. 나도 울어야 할 것 같았지만 솔직히 어떤 감정도 슬픔도 올만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저 새벽에 타는 택시가 신기해서 창문을 열고 바람을 맞으며 도로를 달리는 것이 기분이 시원하다고 느낄 뿐이었다.

  병원에 도착하니 대전 근교에 사시는 고모들과 이모 그리고 삼촌들과 사촌 누나와 매형들이 와계셨다. 아빠의 친구들과 엄마의 친구들도 와계셨고 성당에서 엄마와 친하게 지내셨던 분들도 와계셨다.
“수진이 왔어? 훈진이도 왔네. 그래, 빨리 가봐. 아빠가 많이 기다렸어.”
형의 고개는 역시 푹 꺾여 있었고, 사촌 누나들과 매형은 우리를 연신 안아 주었다.

  병실에 다가 설수록 우리 가족들이 많았고, 고모들이 울고 있었고, 이모들과 이모부들이 울고 계셨다. 병실 앞에 다가서니 엄마가 덤덤한 말투로 웃으며 우리 형제를 반겨주었고 먼저 형에게 병실 안으로 들어가보라고 했다. 무슨무슨 말이 오가고 형은 결국 눈물을 뚝뚝 흘리며 병실을 걸어 나왔고, 나에게 안으로 들어가라는 말을 해주었다.

  아빠는... 아빠는 침대에 누워 숨 가쁜 목소리로 나에게,
  “수진아, 엄마 잘 부탁해. 엄마에게 친구가 되어줘.”
라고 말을 해 주었고, 그리고 나는 병실을 나왔다. 솔직히 말하면 그때까지 나는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정말 울어야 하는 상황인지도 몰랐고, 그것이 아빠와의 마지막이라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형을 비롯한 모든 가족들이 울고 있었고 엄마와 나만 울지 않았다.

  뒤돌아서서 나오며 엄마가 손을 꼭 잡아주었고,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정신없이 뛰어오더니 엄마가 정신없이 병실로 뛰어 들어갔다. 모든 가족들이 뛰어왔고 막내고모가 우리 형제를 데리고 병원 복도 끝 계단으로 데려가 주었다. 그리고 이내 엄마의 큰 울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직도 나는 그날 엄마의 울음소리를 잊을 수가 없다. 엄마의 울음소리가 들리자 드디어 나도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던 것 같다. 흐느끼며 울고 있을 때, 그때 난 알았다. 사람이 눈에서 눈물을 흘리면 볼의 둘레를 타고 또르르 흘리는 것이 아니라 한 번에 뚝! 떨어진다는 것을. 그렇게 아빠도 우리 곁에서 한 번에 뚝! 사라졌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