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의 시모음 _ 시시 

최정례 - <개천은 용의 홈타운> 창작과 비평사. 2015년

웃을 수도 없고 울 수도 없는 이상한 날들이다. 무사태평처럼 보이는 일상의 안달복달이 반복된다 날아간다. 와중에 꾸려가고 있는 생각들도 자꾸 변형되면서 이게 시냐, 산문 아니야? 묻는다, 쓴다는 게 뭔가? 흩어져 있다가 꿈틀거리고 결합하기도 하면서 다시 돌아가는 것, 나가지 못하게 하고 꼼짝없이 나를 붙들어놓는 것, 당신을 내복처럼 껴입고 생각하는 것. 이것들이 대체 뭔가.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를 당신에게 하고 싶었다. 우리는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냐, 유령처럼 의식 속에서 무의식 속에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당신에겐 당신 상황이 제일 중요하지 나는 내 상황이 중요하고 , 이런 세상에 어쩌라고! 분노 속에서 당신을  꿈속으로 밀어넣을 수밖에  없었다. 이 세상에서 우리는 빠지기 직전에 구해져야 하는데 아무도 건져주지 않는다. 그냥 죽게 내버려둔다. 헬리콥터가 떠서, 아 모든 게 괜찮아, 그러고는 돌아간다. 그리고 우리는 다음 장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긴 시간이었지만 사실은 순간이었다. 우린 그 순간을 멍청히 바라보는 관객이었다.

산문과 시, 육신과 영혼, 이 취약하고 희미한 경계에서 내일이면 의미가 바뀌고 감각도 달라질 이 망상의 학교에서 나는 영영 졸업하지 못하고 헤매게 될 것 같다. 그러나 이 저주의 말에 내가 굴복하지 않기를 바란다.

2015년 2월
최정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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